거실 창밖으로 푸른 잔디밭과 나무가 보이고, 침실은 독립된 공간으로 조용하고, 주방은 요리하기 편리하게 넓고…. 오래된 단독주택을 주부의 꿈이 담긴 집으로 리모델링했다. 개성 있고 실용성을 갖춘 단독주택 구경. ●시공/세원건축(02-735-0667) ●건축디자인/황봉하, 구지연 ●사진/이찬우, 장영 ●진행/조윤희
하얗게 페인팅된 철제 대문을 들어선 순간, 도심에도 이런 집이 있나 싶었다. 대문과 집 사이의 앞마당에 나무패널을 깔아놓은 모습이 참 독특했다. 그리고 조금은 낡은 듯, 나무의 질감을 그대로 살린 2층짜리 목조주택이 다정하게 다가온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집이 3층임을 알 수 있다. 정원 쪽으로 창을 낸 반지하에 온실처럼 가족 식당이 자리한 특이한 구조인 것. 앞마당을 지나 계단을 내려가면 잔디가 깔린 정원이 나타난다. 인공적으로 멋을 부린 정원이라기보다는 넓은 마당에 잔디를 깔고 가장자리를 따라 정성껏 나무를 심고 가꾼, 친근한 정원이다.
←대문을 열면 나무패널을 이어붙인 독특한 앞마당이 나타난다. 패널은 사이사이 틈이 있어 물빠짐이 잘 되고, 흙바닥과 공간을 두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흙에서 풀이 자라 올라올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앞마당을 내려오면 잔디가 깔린 정원이 나온다. 1층의 거실과 반지하 주방 앞쪽으로 넓게 잔디밭이 깔려 있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원해진다. →
앞마당 한쪽에는 공간을 낮추어 작은 화단을 만들었다. 반지하에 있는 주방의 창으로 꽃과 나무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 →
긴 직사각형 구조를 살려 녹음을 끌어들인 거실
현관에서 실내를 들여다보면 정면으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반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일 뿐이다. 하지만 현관을 들어서면 깜짝 놀랄 만큼 푸른 숲이 펼쳐진다. 거실의 두 벽을 통창으로 만들어, 창밖으로 마당과 집 주변의 나무들이 주는 싱그러움이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긴 직사각형 모양도 특이하다. 원래 두 개의 공간이었던 곳을 넓게 터서 하나의 거실로 만들었기 때문에 길어진 것. 긴 거실 벽의 반만 통창으로 하고 반은 벽을 살려 안정감을 주었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가구배치. 긴 거실의 장점을 살려 텔레비전과 오디오를 거실 안쪽으로 배치해서 아늑하게 하고, 소파는 창밖의 시원한 풍경을 향해 `ㄷ`자로 놓아 자연을 즐길 수 있게 했다. 거실은 열린 공간이면서 동시에 독립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복도에서 거실로 통하는 곳에 유리로 된 미닫이문을 설치했다. 유리 미닫이문의 레일을 바닥이 아니라 천장에 설치했다는 것도 특이하다. 바닥이 문턱 없이 연결되기 때문에 한결 넓어보이고 청소하기도 편한 게 장점.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센스가 돋보인다. 이 독특한 구조의 거실을 안정감 있게 해주는 것은 짙은 체리목의 바닥재와 화이트톤의 벽. 짙은 바닥재는 공간을 차분하게 만들어주고, 흰 벽은 가구와 바닥으로 인해 자칫 어두워 보이기 쉬운 집안을 밝고 환하게 만들어준다.
←정원을 향해 소파를 `ㄷ`자로 배치한 거실. 정면과 측면이 통창으로 되어 있어 단독주택이 주는 여유를 한껏 즐길 수 있다.
현관에서 바라본 집안 복도. 오른쪽이 거실이고 왼쪽이 침실이다. 정면으로 보이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아이들 방이 있는 2층, 계단을 내려가면 반지하의 주방과 식당이 나온다. →
앞마당 한쪽에는 공간을 낮추어 작은 화단을 만들었다. 반지하에 있는 주방의 창으로 꽃과 나무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 →
반지하에 만든 주방, 온실처럼 보이는 식당
이 집에서 가장 재미있는 곳은 주방이 있는 반지하 공간이다. 계단을 내려오면 오른쪽은 주방, 왼쪽은 식당이다. 하지만 식구들이 주로 시간을 보내는 곳은 주방쪽 공간. 주방에서 정원이 보이는 것도 이유지만, 주방 옆에 유리로 마감을 해서 온실처럼 보이는 미니 식당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카페의 앞마당에 나온 듯, 싱그러운 여름 정원을 즐기며 식사를 하고, 손님을 맞을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주방은 널찍하고 편리한 `ㄷ`자 구조이다. 개수대가 있는 벽에는 수납장을 달지 않고 타일을 붙여 답답하지 않고 쾌적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정원을 향해 아일랜드형 작업대를 부착, 간단한 조리는 물론 식탁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방이 넓어 보이는 것은 깔끔한 화이트톤의 주방가구, 그리고 밖을 바라볼 수 있는 통창 덕분이다. 반지하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갖춘 주방은 이 집의 가장 돋보이는 공간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ㄷ`자 구조의 홈바형 주방. 무엇보다 작업대 정면 벽에 그릇장을 두지 않아 답답하지 않고 공간이 넓어 보인다.
반지하 주방의 바깥쪽 베란다에는 온실처럼 유리를 두르고 간이 식당을 만들었다. 마당이 있는 카페에 온 듯, 로맨틱한 공간이다. →
정원에서 반지하 주방으로 통하는 문. 이국적인 오크와 격자 문이 아름답게 어울린다. →
드레스룸을 지나야 나타나는 조용하고 심플한 침실
침실은 좀더 조용하고 아늑한 곳에 위치하는 것이 좋다는 건 다 아는 사실. 거실 맞은편에 자리한 침실은 특히 이 점을 염두에 두었다. 부부 침실의 문을 열면 바로 드레스룸과 욕실이 있는데, 드레스룸을 끼고 안쪽으로 돌아가야 진짜 침실이 나타나는 것. 방문을 열면 바로 침대가 보이고 드레스룸은 그 침실 안쪽에 있는 일반적인 구조와는 반대로 앞쪽에 드레스룸을 두었기 때문에 침실은 보다 아늑하고 조용하다. 또 별도의 드레스룸을 두었기 때문에 침실에는 옷장이 필요없어 훨씬 여유롭게 쓸 수 있다. 침실 가구라고는 침대와 사이드 테이블, 그리고 침대 맞은편의 콘솔이 전부. 그 흔한 액자 하나 없는 침실이 더없이 깔끔하고 쾌적하다. 아이방은 화이트톤이다. 여자아이라 화이트톤의 벽과 가구에 파스텔톤의 패브릭을 매치시켜 로맨틱한 분위기로 꾸민 게 특징. 창문을 중심으로 양 옆에 장롱을 두고, 가운데 수납기능을 갖춘 벤치형 소파를 두었다.
←침대 헤드 부분이 특이하다. 한쪽 벽에 바닥과 같은 톤의 나무판을 낮게 붙이고 헤드 없는 침대를 놓았다. 침대 헤드가 연장된 느낌을 준다.
편안한 안정감을 주는 침실. 침대를 중앙에 배치하고 사이드 테이블과 콘솔, 침대가 전부라 침실이 한결 심플하고 넓다. →
침실 문을 열면 드레스룸이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야 침실이다. 드레스룸을 따로 두어 침실은 실제 공간보다 훨씬 넓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