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시아 2008. 7. 31. 07:18

양평팬션 - 생각속의 집


주변의 풍치가 너무 좋기 때문에 이곳에 집짓는 일이 매우 쉬울 것 같지만 어찌 보면 그만큼 어려운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제 건축가 민규암의 트렌드가 되어버린 시멘트블록은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환경에 어울릴 만한 중성의 재료이다. 하나하나의 개체들은 다소 볼품없고 거칠어 보이지만 구성된 모습에서 나타나는 형태와 패턴들은 무척 강렬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다른 재료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가격까지 생각해 보면 오히려 놀라울 뿐이다.
이 집에는 블록을 가지고 생각해볼 수 있는 다양한 알트(alt)들이 일종의 유희처럼 펼쳐져 있다. 건축가가 머리 속에서 수십번씩 쌓아보며 즐거워했을 것 같은 이 작은 블록 성곽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한 시나리오에 의해 구축된 것처럼 논리정연하다. 이 건물은 외부에서 볼 때 하나의 건물로 인식될 만큼 통일된 형식 안에 숙박을 위한 3채의 집과 건축주의 집이 나누어져 있다. 각각의 건물이 일정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면 사실 큰 어려움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사를 따라 배치된 연속된 공간들의 동선과 시선을 생각하기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즉 각각의 사람들이 아름다운 경치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독립적인 내?외부공간을 확보해주면서 동시에 기본적으로 서로의 영역을 지켜주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많은 부분에서 다양한 높이의 가벽들이 동선과 시선을 조절하며 복잡한 퍼즐조각을 맞춰가듯 세워졌다. 덕분에 대부분의 공간은 연속적이면서도 단절되어 있고 그러면서도 중첩되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게다가 기학학적인 선들과 패턴을 통해 깊이를 갖는 면들이 살아 있는 모노톤 건물의 느낌이란 다분히 이국적이며 낯설고 차분하다....more SPACE 200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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